화장품이 보석처럼 만들어지던 시절

요즘 파우더가 떨어지면 케이스도 함께 버린다. 하지만 한때 화장품 용기는 내용물만큼 중요했다. 거울을 열고, 작은 파우더를 꺼내고, 립스틱을 밀어 올리는 행동 자체가 하나의 스타일이었다.

특히 1920년대 이후 등장한 vanity case는 화장품 가방이라기보다 작은 보석 상자에 가까웠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화장을 고쳐 바르는 것이 점차 받아들여지면서 작은 주얼리 케이스 안에 파우더와 루주, 립스틱을 넣어 가지고 다니는 문화가 생겨났다. The Met은 당시 보석 회사들이 이런 케이스를 이브닝 주얼리의 일부처럼 판매했다고 설명한다.

1928년경 Van Cleef & Arpels가 제작한 한 vanity case를 보면 그 차이가 확실하다. 금, 에나멜, 옥, 다이아몬드. 안에는 거울이 있고 파우더와 루주를 위한 공간이 있으며, 케이스를 열면 작은 립스틱이 올라오도록 설계되어 있다. 화장품을 담는 물건이라기보다 하나의 기계이자 주얼리였다.

그리고 1935년 Elsa Schiaparelli는 더 재미있는 물건을 만들었다. 전화기 다이얼처럼 생긴 파우더 콤팩트. 그녀의 Stop, Look and Listen 컬렉션에서 선보인 이 제품은 단순한 케이스가 아니라 초현실주의적인 오브제였다. The Met은 이 디자인이 국제적인 인기를 얻어 다른 제조사들이 비슷한 제품을 만들 정도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Christian Dior 역시 1950년 무렵 별도의 vanity case를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꽤 다른 시대다. 지금 뷰티에서는 새로운 컬러와 새로운 성분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때는 내용물을 무엇에 담을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였다. 케이스는 오래 사용했고, 거울에는 사용한 사람의 손자국이 남았고, 금속 가장자리는 조금씩 닳았다. 뷰티 제품에 시간이 쌓였다.

그래서 오래된 vanity case를 보면 화장품보다 개인적인 물건처럼 느껴진다. 누군가의 가방 속에 매일 들어 있었고, 저녁 식사 전에 한 번 열렸으며, 거울 속에는 그 사람의 얼굴이 수없이 비쳤을 것이다.

어쩌면 아름다운 화장품은 새로운 것을 계속 사는 것보다, 매일 사용하는 하나의 물건을 오래 좋아하는 일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OLD FASHION BEAUTY
A compact. A mirror. A lipstick. A little powder.

Beauty used to come in a box worth keeping.

Old Fashion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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